9월에 남편 후배 부부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예정이란 이야기를 듣고 8월에 느긋이 시작한 작품입니다. 시작한 지 3일 정도 지났을 때, 이미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편이 예정일을 잘못 들었던 모양입니다. 보그 과제를 미루고 급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안: <심플한 손뜨개 옷> 1번 베이비 드레스·보닛·손싸개·양말
실: DMC 100% 베이비 퓨어 메리노 울 50g 에크루(아이보리) 2 볼 (구입처: 뜨개머리앤)
바늘: 니트프로 진저 장갑 바늘 2 & 3mm, 치아오구 스틸 조립식 바늘 3.25mm, 크로바 펜-E 모사용 코바늘 3/0호
작업 기간: 24.8.12. ~ 24.8.22.
사용 기법
- 보닛: (대바늘) 메리야스뜨기, 비침무늬뜨기, 코와 단 잇기, 아이코드 / (코바늘) 사슬뜨기, 짧은뜨기, 한길긴뜨기, 빼뜨기
- 손싸개: (대바늘) 메리야스뜨기, 아이코드뜨기 / (코바늘) 사슬뜨기, 짧은뜨기, 한길긴뜨기, 빼뜨기
- 양말: (코바늘) 사슬뜨기, 짧은뜨기, 한길긴뜨기, 한길긴뜨기 2코/3코 모아뜨기, 빼뜨기
실
원작 실인 하나마카 큐피드 실은 단종되었습니다(Ravelry 참고). 원작 실과 비슷한 울 소재이면서 3mm 바늘을 사용할 수 있는 아기용 실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찾은 것이 DMC의 100% 베이비 퓨어 메리노 울입니다. 성분은 이름대로 메리노 울 100%이고, 실 4올이 꼬여있는 연사입니다. 유럽 섬유제품 품질인증(Oeko-Tex)을 받았고, 기계 세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기 선물용이다 보니 이런 장점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스와치를 떴을 때 편물이 무척 부드러운 게 느껴져서 안심이었고요. 다만 울실 특유의 보풀이 뭉쳐져서 실에 달린 경우가 있어 중간중간 떼주면서 작업했습니다.
게이지
대바늘만 게이지를 냈습니다. 메리야스뜨기는 손싸개에, 비침무늬뜨기는 보닛에 사용된 기법입니다.
기법 | 바늘 | 세탁 전 | 세탁 후 |
메리야스뜨기 | 니트프로 장갑 3mm | 32×42 | 27×42.5 |
비침무늬뜨기 | 치아오구 조립식 3.25mm | 31×41 | 26.5×41.5 |
난이도
난이도는 보그 입문 수업을 들었다면 충분히 뜰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듣지 않았더라도 대바늘로 메리야스 편물을 떠봤거나 코바늘로 짧은뜨기, 한길긴뜨기를 해봤다면 나머지 기법들은 차근차근 유튜브를 찾아보며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아직 보그 대바늘 입문 수업만 듣고 있는 저도 유튜브를 참고하면서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어요. 보그식 도안을 읽을 줄 알아야 하지만 이것도 요새는 인터넷에 소개가 많이 되어 있으니까요. 또 완성하고 안 사실인데 책에서 기초적인 기법들을 그림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55쪽에 각 기법의 쪽수가 정리되어 있어요. 이걸 참고하셔도 도움이 될 거예요. 책 이름의 '심플한'이 '쉬운'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던 걸까요? 물론 초보자에게 모든 게 쉬울 리는 없었습니다.
어려웠던 부분
1. 보닛
골머리를 앓았던 부분은 콧수 계산이었습니다. 특히 보닛이 힘들었어요. 보닛의 첫 단계는 비침무늬를 주며 일정 단수를 뜬 뒤 편물 양쪽에 쉼코를 두고, 편물 가운데 부분은 같은 비침 무늬를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그럼 편물이 볼록할 철(凸) 모양이 되죠. 그런 다음 쉼코를 두었던 편물 양쪽과 편물 가운데 볼록한 부분의 양 옆이 맞닿는 부분끼리 코와 단 잇기로 이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으려는 부분들의 길이가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10코 길이 = 10단 길이가 아니다보니 쉼코 개수대로 단수를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또 비침 무늬가 있기 때문에 해당 무늬를 이루는 콧수의 배수로 고려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무늬가 잘리지 않는 선에서 단을 늘리며 길이를 비교해 보고 자로 재 보고 하며 고민했습니다.
2. 양말
양말은 원통뜨기로 코바늘만 뜹니다. 제가 코바늘 코읽기가 익숙하지 않아서 윗단에서 아랫단보다 한 코 더 뜨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이걸 방지하려고 단을 완성할 때마다 콧수를 세어보느라 힘들었습니다. 또 양말은 발목에서 시작해서 뒷꿈치를 왕복뜨기로 뜨고 발바닥, 발끝으로 이어지는데, 코바늘 도안도 처음이어서 왕복뜨기 부분에서 꽤 헤맸습니다. 아마 세 작품 중 가장 많이 풀었다 떴다 하지 않았나 싶네요. 참고로 양말 입구 부분의 짧은뜨기는 꼭 느슨하게 떠 주세요. 짧은뜨기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신축성이 덜합니다. 빡빡하게 뜨면 입구가 잘 늘어나지도 않는데 좁아져 아무리 아기라도 발을 넣을 수 있을까 걱정된답니다.
3. 끈
보닛과 손싸개에는 끈이 있습니다. 한창 뜰 때는 책에 기초 기법에 대한 안내가 있는지 모르고 유튜브를 보고 이중 사슬뜨기를 했어요. 얇은 끈이라 장력 조절이 힘든데 그 영향 때문인지 끈이 꼬불꼬불해서 볼품이 없더라고요. 아이코드뜨기로 변경했어요. 2mm 장갑바늘을 사용해서 3코 아이코드뜨기로 보닛 끈을, 2코 아이코드뜨기로 손싸개 끈을 만들었습니다. 초보에겐 아이코드 추천이에요.
다 만들어보고 나니 세 작품 모두 콧수 계산할 때 편물 길이 > 끈 구멍 개수 > 무늬 순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편이 전체 모양이나 구조에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메리야스 편물 특성상 말려서 보닛의 코와 단 잇기 한 부분이 덜 예뻐보였는데 세탁 매직이 해결해 주니 걱정 마세요. 양말은 책의 안내로는 코바늘 4/0호로 떠야 했는데 실수로 보닛과 손싸개를 뜨던 3/0호로 떴습니다. 그 결과 프릴 장식과 양말 본체 비율이 원작과 좀 달라졌어요.
완성
다이소에서 개별 포장 비닐과 사이즈가 맞는 박스를 찾아 포장까지 마무리하였습니다.
서평
마지막으로 서평을 간단히 하려고 합니다. 책은 개월별로 입히면 좋을 만한 아기 옷들을 소개해 주고 있어요. 아기가 있다면 기간에 맞춰 모두 떠주고 싶을 정도로 옷 디자인이 다 예쁩니다. 또 초보자인 제가 보고 뜰 수 있을 정도로 도안이 잘 나와 있어요(물론 보그식 도안은 읽으실 줄 아셔야 합니다).
다만, 앞부분 서술과 뒷부분 서술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신경쓰였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뜬 작품에서도 준비물 소개에 대바늘 3mm만 안내되었는데, 그 바늘 사이즈는 제가 뜨지 않았던 베이비 드레스에만 해당되었고 막상 보닛 도안에 가보니 4호라고 적혀 있었습니다(일본 대바늘 4호 = 3.3mm). 고민 끝에 개인적으로 더 익숙한 바늘인 치아오구 3.25mm로 떴어요. 혹시나 하여 책의 다른 작품(2번째 작품)도 살펴보았는데 무늬뜨기 A가 줄글에서는 언급되는데 도안으로는 어떤 그림이 무늬뜨기 A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아 한참 찾았습니다(무늬뜨기 B 안에 A라고 표시되어 있었네요). 책을 세심하게 검수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