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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가 이사야의 료안지 치마

뜨개/뜨개 기록

by 푸니카닛츠 2025. 1. 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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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의 료안지를 아시나요? 흰모래와 바위, 이끼만으로 장식된 일본식 정원 양식인 가레산스이를 잘 보여주는 명소입니다. 료안지 마루에 걸터앉아서 정원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던 기억이 있어요.

  작년 10월, 거의 10년 만에 가족 여행으로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헬가 이사야의 료안지 도안을 눈여겨보고 있던 터라 아주 단순한 욕심이 생겼어요. 여행 일자에 맞춰 치마를 완성해서 입고 가자! 도안 이름이 료안지인 건 료안지 정원의 흰 모래에 있는 갈퀴 자국이 고무뜨기 패턴과 비슷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도안의 직유를 사진으로 담아 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안: <LAINE> Vol. 19 Helga Isager - Ryoanji (pp.108-110)
: Isager Sock Yarn (이지 워시 알파카 40%, 이지 워시 메리노 울 40%, 재활용 나일론 20%) 7.83 볼
바늘: 치아오구 스틸 조립식 바늘 1.75mm(2개), 3mm
작업 기간: 24.8.30.~10.23.
사용 기법
Try-It-On Tubing Cast On, 메리야스뜨기, 앞뒤로 겉뜨기 코늘리기(kfb), 일본식 경사뜨기, 4 x 2 고무뜨기, 2코 한꺼번에 겉뜨기/안뜨기(k2tog/p2tog), 오른쪽/왼쪽 방향으로 꼬아 늘리기(m1r/m1l), 오른코 모아뜨기(ssk), 엎어 코마무리
치마 사이즈: 허리 단면 32cm, 엉덩이 단면 45cm, 앞기장 77cm, 뒷기장 80cm

 

  이 글은 료안지 치마를 뜰 때 알면 좋을 만한 점과 직접 겪었던 시행착오 위주로 기록했습니다. 도안대로 하지 않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유의해 주세요. 예를 들어, 도안에서는 허리 부분과 엉덩이 부분(사이즈가 가장 큰 부분)의 콧수 모두 제시하고 있는데, 제 게이지에는 맞지 않아 허리와 엉덩이가 이어지는 부분에서 코늘림을 하여 두 부분 간 콧수 차이를 더 크게 했습니다. 이렇게도 뜰 수도 있겠구나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작 실인 Isager의 Sock Yarn을 사용하였습니다. 실의 권장 바늘 사이즈는 2.5~3.5mm이지만, 3mm로 떠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성긴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탁하더라도 차오르는 느낌은 없었어요. 촉감은 편물을 피부에 대고 누를 경우 예민한 분은 약간 따가운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대체로 부드러운 편입니다.
 

작업 기록
8.30.,
9.1.~5.
9.9.~11. 9.11.~12., 14., 27. 10.1.~2. 10.6.~7. 10.9.~13. 10.14.~23.
스와치 Try-It-On Tubing Cast On 허리 메리야스뜨기,
허리 고무줄 넣기,
모아뜨기,
앞뒤로 겉뜨기 코늘리기(kfb)
경사뜨기
(Short Row Shaping)*
늘림
(Increases)*
엇갈린 고무뜨기 패턴
(Staggering
Rib Pattern)*
4 x 2 고무뜨기,
트임(Slit)*

* 도안에서 제시된 목차명

 
1. 스와치

기법 바늘 세탁 전 세탁 후
메리야스뜨기 치아오구 조립식 1.75mm 35×46 35.5×46
4 x 2 고무뜨기 치아오구 조립식 3mm 40×40 40×42

 
  두 가지 종류의 스와치를 떴습니다. 허리 부분을 위한 메리야스뜨기 스와치그 외 나머지 부분을 위한 4 x 2 고무뜨기 스와치입니다. 고무뜨기 스와치는 책에서 제시한 스와치 도안대로 떠서 엇갈린 고무뜨기 패턴(Staggering Rib Pattern)이 포함되었습니다. 미리 연습한다는 느낌으로 뜰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1. 고무뜨기 바늘 사이즈 선택

왼쪽부터 3.5mm, 3.25mm, 3mm 고무뜨기 스와치

 
  도안의 바늘 사이즈인 3mm로 고무뜨기 스와치를 떴을 때, 제 게이지가 도안의 게이지와 8코나 차이가 나서 바늘 크기를 늘려 스와치를 여러 개 만들어 봤지만, 종국에는 3mm를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편물이 성기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상의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치마라서 비침이 더 걱정됐습니다.
 

왼쪽 3.5mm, 오른쪽 3mm. 둘 다 비침이 있지만 왼쪽이 더 심하다.

 
1.2. 허리, 엉덩이 사이즈와 마이너스 여유분
 
  이 치마는 위에서 아래로 뜨는 탑다운 방식이며, 경사뜨기와 늘림을 거치면서 엉덩이 부분의 콧수가 허리 부분의 콧수보다 늘어납니다. 또한 달라붙는 치마인 만큼 마이너스 여유분(negative ease)을 두어야 합니다.
 
  작품을 뜨기 전 가지고 있던 고무줄 허리 밴딩 치마에서 허리 사이즈(65cm)를, 실측으로 엉덩이 사이즈(95cm)를 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목표 허리 치수를 66cm로 잡았습니다. 구입한 고무줄이 좀 단단한 편이라 1cm 정도 여유를 줬습니다. 직접 잰 사이즈를 기준으로 한 허리와 다르게 엉덩이 치수는 도안에서 제시한 콧수를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즉, 도안에서 제시한 코늘림이 모두 끝났을 때(늘림(Increases) 이후), 사이즈 4에 해당하는 콧수인 348코가 제 게이지로 87cm이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정했습니다. 도안의 추천 마이너스 여유분은 4~5.5cm, 다른 니터 분의 마이너스 여유분은 14cm여서 그 사이인 8cm도 마이너스 여유분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3. 메리야스 바늘 사이즈 선택

  메리야스뜨기는 1.75mm, 2mm, 2.5mm의 스와치를 만들었는데, 1.75mm로 결정했습니다. 2.5mm로 66cm에 맞춰 뜨게 되면 약 204코로, 나중에 증가되는 엉덩이 부분의 콧수가 1.75mm로 뜰 때보다 30코나 더 많아야 했습니다. 제 게이지로는 cm에 따른 치마 사이즈는 허리와 엉덩이 모두 1에 가까운데, 콧수에 따른 치마 사이즈는 허리는 2와 3 사이, 엉덩이는 4였습니다(아래 표 참고). 

  도안 사이즈(cm) 도안 콧수(코) 내 사이즈(cm) 내 콧수(코)
허리 68 (76) 84 (92)* 204 (228) 252 (276) 66 234
엉덩이** 86.5 (94) 101.5 (109) 276 (300) 324 (348) 87 348

* 1(2)3(4) 사이즈
** 늘림이 끝난 이후 사이즈가 가장 큰 부분. 마이너스 여유분이 계산된 치수.

 
  허리 콧수대로 그대로 진행한다면 치마가 엉덩이에 너무 붙어 부담스러울 게 뻔했기 때문에 반드시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초보자 입장에서 도안에서 제시한 코늘림 방식을 전체적으로 변경하기는 어려웠고, 간단히 허리 부분이 끝난 직후 앞뒤로 겉뜨기 코늘리기(kfb)로 코를 더 늘려주었습니다. 이때 늘려줘야 할 콧수가 많으면 그 부분이 많이 어색해질까 봐 가장 작은 1.75mm 바늘을 선택했습니다. 1.75mm로 뜨면 조금 빡빡하긴 하지만 그래도 뜰 수 있습니다. 1.75mm를 기준으로 하면 시작 콧수는 234코입니다.
 
1.4. 잡설
 
  Ravelry에 게시된 완성된 작품들 중 몇 개는 허리가 굉장히 늘어져 보이더군요. 그런 작품들 대부분이 도안에서 제시한 바늘 호수를 그대로 사용하였고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스와치를 떠본 결과 메리야스뜨기 게이지는 도안의 게이지와 비슷한 반면, 고무뜨기 게이지는 도안의 게이지와 차이가 커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짐작해 봅니다. 물론 착용하면 허리 아래 고무뜨기 부분이 체형에 맞게 늘어나 몸의 굴곡대로 모양이 잡히겠지만, 저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펜슬 스커트처럼 보이길 바랐습니다. 스와치를 6개나 뜨느라 실이 많이 소요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많이 떠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덕분에 목표한 대로 모양이 나왔으니까요.
 
2. Try-It-On Tubing Cast On
 
  유튜브를 참고하여 원통뜨기로 풀어내는 코잡기(Provisional CO in the Round)를 시도했습니다. 사용한 기법의 정확한 명칭은 Try-It-On Tubing Cast On입니다. 한 바늘과 줄 아래 또 다른 줄을 두고 바늘과 아랫줄에 코를 번갈아 감는 방식입니다. 저는 처음에 기법의 명칭을 몰라서 'Provisional CO in the Round'로 검색해 The Chilly Dog이라는 해외 유튜버 영상을 참고했는데, 느린 멜로디 유튜브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나중에 발견했습니다. 또 이사야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법에 대한 도식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관련해서 글 맨 아래에 링크를 달아 두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뜨며 이 코잡기가 가장 어려웠고, 3번의 시도 끝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시도 때는 55cm 줄을 아래 두고 1.75mm 바늘(+ 35cm 줄)로 코잡기를 시작했는데, 밑에 둔 줄이 너무 짧았던 탓인지 코들이 줄의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또 긴장했는지 전체적으로 코가 너무 빡빡하게 잡힌 반면, 단 시작(BOR) 근처 코는 많이 늘어져 맘에 들지 않아 풀어버렸습니다.
 
  2차 시도에서는 아랫줄을 더 긴 75cm 줄로 바꿔봤습니다만, 아쉽게도 코들이 줄 끝에 몰리는 현상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래도 코가 전보다 정돈되었기에 진행했습니다. 2차 시도에서는 원통뜨기 관련 여러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방식을 따라 첫 코가 덜 늘어나도록 마지막에 한 코를 더 떠서 첫 코에 덮어씌우는 변화도 줬습니다. 코를 다 잡고 첫 몇 단을 뜰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아랫줄이 코에 매여 같이 따라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고 몇 단 진행하면 코가 느슨해져 줄도 슥슥 잘 움직이니 개의치 말고 단호하게 단을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무난히 절반 이상 진행하는가 싶었는데 아차... 콧수가 줄었습니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바늘에서 편물을 빼서 길이를 재보니 게이지 냈던 대로 길이는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줄어든 콧수 때문에 허리가 너무 조이면 입기 불편할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풀었습니다. 이때 약간의 스트레스를 느꼈고,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같은 조건의 3차 시도에서 성공했습니다. 
 
3. 허리
 
3.1. 메리야스뜨기
 
  13단을 쌓으니 허리 절반, 약 2.5cm가 완성되었습니다. 이후 안뜨기 한 단을 더하여 편물이 접히는 부분을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을 뜰 때는 메리야스뜨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k4, p2, k4, p2, k4 고무뜨기 패턴이 두 번 들어갑니다. 원형인 편물의 서로 마주 보는 위치에 대칭적으로 패턴이 생기는데, 이 부분이 치마를 입었을 때 허리의 양옆이 됩니다. 
 
3.2. 허리 고무줄 넣기

 
  허리 고무줄을 길이에 맞게 잘라 박음질로 양끝을 연결했습니다. 고무줄 색상은 어두운 실 색상에 맞춰 검은색으로 골랐습니다. 편물에 고무줄을 넣고 단수링으로 20코 간격으로 두어 두 줄을 묶으니 모양이 잡힙니다. 참고로 묶기 전에 커넥터로 윗줄을 연장해 줬습니다. 그대로 하려니 줄이 짧아서 고무줄을 넣을 때 불편합니다.
 
3.3. 모아뜨기 + 앞뒤로 겉뜨기 코늘리기
 
  이제 선수 교체! 바늘과 윗줄을 3mm 바늘과 커넥터로 결합된 20cm 줄 2개 바꿔줬습니다. 아랫줄은 엔드 스토퍼를 빼고 1.75mm 바늘을 달아주었습니다. 이때 줄이 충분히 길다면 아랫줄은 왼쪽만 바늘을 달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차피 뜨는 과정에서 오른쪽 바늘은 밀려나가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워집니다.
 
  그 뒤 고무줄이 안에 있는 상태로 윗줄과 아랫줄의 겹치는 코를 모아뜨면서, 동시에 중간중간 앞뒤로 겉뜨기 코늘리기(kfb)로 코늘림을 하여 허리를 완성했습니다. 여기서 앞뒤로 겉뜨기 코늘리기는 모아뜨기 방식으로 진행해서 두 코를 한꺼번에 오른쪽 바늘로 찔러 모아뜨기를 하고 새 코를 빼낸 뒤, 찔렀던 두 코를 바로 왼쪽 바늘에서 빼지 않고 있다가 두 코의 뒤쪽 부분을 다시 한꺼번에 찔러 또 모아뜨기를 한 뒤 모든 코를 빼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두 번째로 만들어지는 코는 모양이 안뜨기를 한 것과 비슷한데 이게 콧수를 셀 때 참고가 되어서 규칙적으로 늘리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티도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코늘림은 도안에 없습니다. 1.3.에서 기술했듯이 제 게이지와 사이즈를 고려하여 변형한 것입니다. 첫 코 234코로 도안대로 뜨면 엉덩이 사이즈가 콧수 기준 2와 3 사이 사이즈로 너무 작게 나올 것입니다. 42코를 늘린 276코로 진행해야 엉덩이 사이즈가 콧수 기준 4로 목표한 대로 나올 겁니다(아래 표 참고).  코를 늘릴 때에는 규칙적으로 6코마다 1코씩 늘려주는 작업을 6번 반복한 뒤, 3코마다 1코씩 늘려주는 작업을 1번 하는 것을 총 6번 반복(276 = ((6+1)*6 + (3+1)*1)*6)했습니다.



도안 콧수(코) 내 사이즈(cm) 내 콧수(코)
허리 204 (228) 252 (276) 66 234
허리 마지막 단 - - 276
엉덩이** 276 (300) 324 (348) 87 348

* 1(2)3(4) 사이즈
** 늘림이 끝난 이후 사이즈가 가장 큰 부분. 마이너스 여유분이 계산된 치수.

 
  또 도안에서는 모든 코를 다 뜨지 않고 약간의 틈을 주어서 고무줄을 나중에 넣도록 했는데, 저는 느린 멜로디 유튜브를 참고하여 고무줄을 미리 넣고 봉했습니다.

  마지막에 이상하게도 아랫줄에 한 코가 남았습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코 잡을 때부터 아랫줄 코를 하나 더 잡아버렸거나 허리를 봉하며 모아뜨기할 때 한 번 아랫줄 쪽 코를 제대로 안 빼고 그 코를  또 겉뜨기 해 버렸거나. 허리를 봉하기 전에 단수링으로 일정 콧수 간격으로 두 줄을 묶어줬기 때문에 후자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저는 도저히 다시 돌아갈 엄두가 안 나서 윗줄의 오른쪽 바늘에서 한 코를 다시 왼쪽 바늘로 넘겨서 남은 아랫줄 한 코와 겉뜨기 모아뜨기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최종 콧수를 276코로 딱 맞췄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치마 뜨기 시작입니다. 
 
4. 경사뜨기


  경사뜨기 부분에서는 모든 코를 다 뜨는 것이 아니라 일정 정도 뜨다가 편물을 뒤집어 기존에 뜨던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뜹니다. 어느 정도 뜨냐 하면 첫 번째 단에서는 단 시작(BOR)이 있는 고무뜨기 패턴에서 시작해서 맞은 편에 있는 고무뜨기 패턴까지만 뜨고 이후 단에서는 조금씩 뜨는 범위를 늘립니다(위 사진 참고). 또 경사뜨기부터는 허리와 달리 모든 부분에서 4 x 2 고무뜨기로 쭉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사뜨기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이전 코늘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허리의 고무뜨기 패턴은 k4, p2, k4, p2, k4인데, 코늘림이 들어간 단에서 k5, p2, k5, p2, k5가 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 단에서 k5 부분을 2코 한꺼번에 겉뜨기(k2tog)하여 허리의 고무뜨기 패턴 하나당 3코씩, 총 6코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에서 앞뒤로 겉뜨기 코늘리기(kfb)로 코를 추가했습니다. 이때  k4, p2를 k3, kfb, p1로 떴는데, 앞뒤로 겉뜨기 코늘리기의 첫 코는 겉뜨기처럼 보이지만 두번째 코는 안뜨기처럼 보인다는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6코를 줄였으니 6코를 늘려야 하는데 모든 코를 다 뜨지 않는 경사뜨기라 첫 번째 단에서 한 번에 다 늘리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단에서는 3코만 늘리고 단을 쌓으면서 뜨는 범위가 늘어나는 대로 추가를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도안의 4, 6, 8단에서 마지막에 k1, p4, tw로 끝나는데, 이를 kfb, p3, tw로 수정하여 진행했습니다. 허리에서 코를 늘릴 때 패턴을 고려했다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요...!
 
5. 늘림


  늘림에서는 오른쪽/왼쪽 방향으로 꼬아 늘리기(m1r/m1l)을 규칙적으로 합니다. 그렇게 진행하다 보면 중심에 있는 3개의 고무뜨기 패턴에서 3개의 고무뜨기 패턴이 양 옆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늘림 부분의 2/3 정도 단을 쌓았을 때 중심 고무뜨기 패턴의 양 옆 가장자리 코가 늘어나 보였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코가 장력으로 당겨져 늘어난 것 같아서, 그 부분을 느슨하게 뜰 걸 싶었습니다.

  늘림은 경사뜨기와 비슷한 듯 달라 약간 헷갈렸습니다. 첫 번째 단에서는 경사뜨기와 마찬가지로 단 시작(BOR)이 있는 허리의 고무뜨기 패턴이 이어진 부분에서 시작해서 맞은 편에 역시 허리의 고무뜨기 패턴이 이어진 부분까지만 뜹니다. 그렇지만 편물을 뒤집지는 않고, 두 번째 단에서는 첫 번째 단의 뜨개 진행 방향대로 한 바퀴를 쭉 뜹니다. 맨 마지막 단에 대해 도안에는 'Work in rib to end'라고 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end'를 단 시작 전까지인 것으로 해석하여 마무리했습니다.

  이 부분을 마칠 때쯤 편물이 손에 잡혀서 어느 정도 떴다는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진행률은 기장으로 따져보면 13.5cm로 아직 약 18.5%이었습니다(목표 기장 73cm). 여행까지 10일 남았는데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6. 엇갈린 고무뜨기 패턴과 트임

 
  이 부분부터는 큰 고민 없이 도안대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엇갈린 고무뜨기 패턴의 준비 단(Set-Up Round) 기술 바로 아래 '주의!(Note!)'의 마지막 문장에 단 시작 마커를 줄인 코 다음에 위치시키라고 합니다(the m for BOR is first removed and then placed again after the dec st.).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하면 더 헷갈리는 것 같아서 줄인 코 전에 위치시켰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고무뜨기 패턴이 엇갈리는 부분에 오른코 모아뜨기(ssk)가 들어가는데 그 부분이 울어 보여서 좀 아쉬웠습니다. 세탁 후에도 그대로이던데 뜰 때 뭔가 잘못되었던 걸까요? 궁금합니다.
 
  엇갈린 고무뜨기 패턴 부분의 절반 정도 뜨면 어느 정도 힙라인이 보입니다. 이 부분이 끝난 뒤에는 4 x 2 고무뜨기로 총 72단을 더 뜨고 트임을 줬습니다. 뜨면서 중간중간 트임을 어디서부터 줄지 가늠하려고 입어보기도 했습니다. 전체 기장을 짧게 하실 생각이라면 트임도 더 위쪽에 두시는 게 좋겠죠. 트임이 너무 작아도 볼품없어 보이더라고요.
 
  트임은 경사뜨기에서 그랬듯 편물을 계속 뒤집어 가며 떠 주면 되고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이 때도 기장 확인 차 중간중간 입어봤네요. 이 부분에서는 총 70단을 떴고 엎어 코마무리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목표 기장보다 6cm는 더 길어져 80cm가 되었습니다.

 

료안지에서 료안지를 입다

 

세탁 후

 
  완성하자마자 여행을 떠나서 미처 세탁을 하지 못했는데, 집에 돌아와 세탁하니 한층 코가 정돈되었습니다. 사이즈를 재보니  허리 단면 32cm, 엉덩이 단면 45cm, 앞기장 77cm, 뒷기장 80cm이었습니다. 목표한 허리와 엉덩이 치수보다 2-3cm 정도 달라졌는데 신축성이 있는 치마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다음에 다시 뜬다면?

 
- 코를 늘리거나 줄일 때는 패턴을 꼭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패턴을 침범하는 코늘림을 해서 패턴 맞춰 코늘림, 코줄임하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시간을 많이 할애했네요.
- 늘림 부분에서 중심 고무뜨기 패턴의 양 옆 코가 덜 늘어나게, 엇갈린 고무뜨기 패턴 부분에서 오른코 모아뜨기(ssk) 부분이 울지 않게 뜨고 싶어요. 
- 맨 마지막에 엎어 코마무리를 할 때 도안의 추천대로 느슨하게 했는데, 너무 느슨하게 해서 단정하게 갈무리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보그 수업 선생님께 여쭤보니 바늘 호수를 작게 바꿔서 엎어 코마무리해도 좋다고 하시더군요.
- 여행 일자라는 기한을 두고 뜨니 긴 치마라도 결국 뜰 수 있었습니다. 진행이 더딘 작품이 있다면 나만의 기한을 둬 보는 것 추천합니다!
 

참고 영상

 
느린멜로디 료안지 시리즈
느린멜로디 SLOWMELODII - 느린멜로디 뜨개수다 | LAINE vol.19 료안지 스커트 Ryoanji Skirt | 거꾸로 일반코 만들기 꿀팁 | 원작자와 스몰톡
느린멜로디 SLOWMELODII - 뜨개수다 3mm로 치마뜨기 | 료안지 치마 Ryoanji Skirt IN LAINE vol.19
느린멜로디 SLOWMELODII - 느린멜로디 뜨개수다 클래스 | 감쪽같은 실정리 방법 | 료안지 치마 마지막 이야기
 
Try-It-On Tubing Cast On
The Chilly Dog - Provisional Cast On in the Round Around a Spare Cord
느린멜로디 SLOWMELODII - 지금까지 이런 Cast On 은 없었다😎 (feat. TOVE Skirt)
Isager > Info > Knitting School > Open cast on using try-it-on tubing
 
허리 밴드 넣기
느린멜로디 SLOWMELODII - 느린뜨개 치마 허리밴드 넣는 법🤭(feat. TOVE Skirt)
 
일본식 경사뜨기
느린멜로디 SLOWMELODII - 마커를 이용한 Japanese Short Row 경사뜨기 완전 정복 (+티 안나게 하는 꿀팁🍯)
Knitting with Suzanne Bryan - How to Knit Japanese Short Rows
 
오른쪽/왼쪽 방향으로 꼬아 늘리기(m1l/m1r)
늘데이_neul day - [뜨개 팁] M1L / M1R / M1Lp / M1Rp 한번에 완벽정리! 이영상 하나면 다시는 찾아볼 필요 없어요!!
일단, 떠보다 Just Knitting - M1L(왼코늘림) M1R(오른코늘림) 헷갈리지 않게 외우는 방법
 
오른코 모아뜨기(ssk)
Purl Together - A Better Way to SSK

참고 문헌

 
보그 니팅 매거진 편집부. 『 대바늘 뜨개 대백과 』. 한스미디어,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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